book review/자기계발

이기는 선택 - 권오상

Investor__ 2021. 6. 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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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매우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확률, 베이즈 법칙, 기대값 극대화 원칙, 게임이론, 최적화 이론, 반취약성 등 '선택'과 관련된 다양한 개념을 매우 다양한 예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큰 주제는 '선택'이지만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방식과 다루고 있는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또한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루고 있는 개념들이 광범위해서 책을 한 번 읽고 나서는 다소 그 내용들이 잘 엮이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 부분을 다시 읽고 머릿 속을 정리해나가자 정말 잘 씌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책 내용 중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방법에 대한 것보다는 그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도구들의 한계점과 사람이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성향에 더 관심이 갔다.

 

책 한 권을 읽고 '이기는 선택'을 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선택'이라는 주제를 바라보고 앞으로 이기는 선택을 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을 더 생각해 봐야할지, 사람들이 생각해낸 접근법의 장점과 한계점은 무엇인지에 고민해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1. 

결과를 바탕으로 한 판단

결과를 가지고만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 투자도 결과가 좋다고 그 사람이 투자를 잘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트랙 레코드가 중요하지만 그게 모든 것을 설명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의 투자철학도 중요하고 그 사람의 성향도 중요하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이 투자를 왜 하는가이다. 동기가 불순하고 탐심이 너무 크다면 시장 환경이 잘 맞고 그 사람도 실력이 있어서 결과는 좋을 지 몰라도 뭔가 어려운 시기가 오거나 일이 꼬였을 때 분명히 탈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라는 말은 위험한 말일 수 있다.

 

의사결정의 우열을 가릴 때 발생된 결과를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쁜 결정을 내렸지만 우연히 좋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결정을 내렸지만 행운의 여신의 변덕에 의해 좋지 않은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2. 

확률에 대한 직관의 배신

많이 안 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 알고 있는 대안도 제한적이고 그에 따른 미래 상태가 어떨 지도 모르고 거기에 부여되는 확률값 그리고 각 미래상태에 대한 결과값에 대해서도 지극히 주관적이다. 

확률 또는 통계라는 것을 통해서 내가 접하고 있는 세상이나 또는 자본시장을 바라볼 때 이런 한계점을 반드시 기억해야겠다. 숫자에 빠지고 이론적인 부분에 매몰되면 매몰될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질 수 있다. 

계량모델과 데이터를 가지고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일을 앞으로 하게 될텐데, 숫자를 통해서 인간의 오류를 바로 잡고 부족한 점을 바로잡을 수 있기도 하지만 한계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겠다.

 

우리 모두가 확률에 대해 젬병이란 사실이다. 그걸 부인한다면 당신의 의사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사람들에게 죄를 범하는 것과 진배없다. 만약 젬병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그 말은 확률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대값 극대화 원칙을 구사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에 공감할 수 없다면 기대값 극대화 원칙을 안 쓰느니만 못하다.

 

좋은 의사결정의 성패는 크게 보면 두 가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대안을 잘 발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상태를 잘 망라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을 망칠 수 있다. 발생 가능한 미래상태를 잘 열거하긴 했지만, 상태마다 확률 부여하는 데 실패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또한 각 미래상태에 대응되는 결과의 수치화에 오류가 있으면 여전히 선택은 빗나가 버린다.

 

틀림없는 사실은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여기서 신의 존재를 찾았고, 한때는 신의 부재로 낙인 찍었다. 그런데 요즘은 확률이라는 도구로 나타낼 따름이다. 거기에다가 '통계적 법칙'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면 뭐든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으로 돌변한다.

 

3. 

선형성과 시스템적 사고

통계수업 시간에 배운 linear regression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무조건 쓸모 없는 건 당연히 아니고 유용한 툴이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사용해야 한다.

 

우리의 인식 수준은 선형적이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세상을 너무나 단순하게만 보려고 한다. 이러한 습성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막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시스템 사고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비선형성, 시간지연, 그리고 피드백 효과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4.

자연과 인간

조지 소로스의 재귀이론이랑 맞닿아 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다르다. 자연과학은 우리가 바라보는 상황이나 대상에 영향을 끼칠 수 없어서 수식으로 정확하게 계산이 된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우리가 바라보는 상황이나 대상에 잘못된(오류를 갖고) 결정으로 영향을 끼치고 거기에 따라서 또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 자연과학과는 달리 숫자로 표현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결과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접근법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 차이를 인식하지 않고 자연과학에서의 접근법을 가치고 그대로 사회과학에 맞추려고 하면 어긋날 수 밖에 없고 금융시장에서는 손실이라는 형태로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내가 상대하는 대상이 자연인지 아니면 인간인지에 따라 의사결정에서 대안을 선택할 때 다른 접근법을 쓸 필요가 있다. 우리가 관찰하는 미래상태가 다른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자연이라면 오직 운에 따르는 문제다. 무작위적으로 결정된다는 얘기다. 반면 내가 어느 대안을 선택할 때, 내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상태가 다른 사람의 행위라면, 이를 단순히 확률분포로 취급하는 것은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5.

실물옵션

 

가능하다면 한번에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는 몇 차례 나눠서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수의 옵션을 가지고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더 확보할수록 내게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매몰비용이 크다면 옵션의 보유를 통해 의사결정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다.

 

6.

평균회귀

 

평균회귀가 작동한다는 것이 실제로 무슨 의미일까?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평범해질 가능성이 크고, 별볼일 없던 부모가 남다른 면모를 보일 자식들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상식과 상당히 반하는 결과다.

 

7.

경제 성장과 경쟁, 그리고 혁신

경제 성장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경쟁사를 의식하고 치킨게임을 통해서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은 제로썸이다. 현재 규정된 시장의 틀을 완전히 깨는 혁신에서 경제성장이 생긴다. 그리고 좋은 선택을 위해서 사람들은 기대값 극대화, 게임이론 같은 것들이 생각해냈지만 실제 혁신을 한 사람은 그런 '툴'을 사용해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지나친 전문화는 오히려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문화를 추구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자신이 속한 학계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의 혁신가들은 사실 대학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중도에 자의에 의해 그만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적인 계 안에서의 상대적 경쟁은 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회전체적인 관점에서의 부는 오직 절대적 경쟁이라 할 만한 혁신에 의해 생성된다. 애덤 스미스는 경쟁과 국가의 경제적 성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일한 프로세스의 두 가지 측면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얘기한 경쟁이 확정된 영역 내에서의 시장점유율 싸움으로 대변되는 상대적 경쟁이 아님은 누가 보더라도 자명하다. 창조적 파괴에 의한 경쟁이 경제 성장 그 자체라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모험사업가는 차가운 이성적 계산, 즉 기대값 극대화나 게임이론에 의존해 일을 벌이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온 존재를 던져 불확실성을 껴안고, 다루고, 키워나가는 존재다. 여기서 얘기하는 불확실성이란 경험적이든 주관적이든 확률로 표현되거나 대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다. 

 

8.

나심 탈레브와 반취약성

나심 탈레브 교수는 세상을 취약성, 강건성, 반취약성으로 3등분해서 바라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쁜 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인데, 많은 사람들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 오류가 있다는 점을 발견하거나 나의 오류를 깨닫게 되면 때론 거기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블랙스완>이랑 <안티프래질>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고 자본시장을 보는 관점을 넓히고 싶다.

 

반취약성은 '불확실성을 만나면 손해를 보는게 아니라 오히려 이익을 보는 성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래는 막고 위는 갖는 것 그것이 반취약성이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취약성보다는 강건성, 강건성 보다는 반취약성을 지향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는 것이다.

반취약성은 근본적으로 장기간의 그리고 생존의 관점과 같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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