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上) - 한근태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프로라고 할 수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과연 나는 내 분야에서 고수라고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했다.
내 삶을 돌아보면서, 내 마음가짐을 생각해보면서, 내 행동을 살펴보면서, 내가 보내는 시간을 따져보면서 나는 고수의 그것과 같은지를 생각해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1. 한가지와 심플함
고수는 한 가지에 집중한다.
고수는 절실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할 여유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에만 매달린다.
그렇기 때문에 삶은 심플하다.
전에 웨이트를 지도해주신 코치님의 삶이 그러했다.
하루 일과가 큰 변화가 없다. 약속도 거의 없다.
가끔가는 여행지도 동일했다. 같은 도시에 가서 같은 곳에서 자고 몇몇 정해놓은 식당에서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침일찍 차가 막히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원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하기 위함이다.
삶은 심플하고 루틴이 있으며 자신의 책임과 목적에 충실했다.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밥그릇을 걸어야 한다.
하는 일에 올인해야 한다.
이 일에서 실패하면 밥을 굶을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여러분은 어떤가? 안정된 직장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가?
그러면 고수가 되기 어렵다.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가?
하루하루 절실하게 일하는가? 지금은 힘들어도 조만간 고수가 될 확률이 높다.
"두개의 화살을 갖지 마라. 두 번째 화살이 있으면 첫번째 화살에 집중하지 않는다.
가장 무서운 것은 술에 취하는 것과 현 상황에 안주하는 것이다."
교토 상인들의 계명이다.
집중을 위해서는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정해야 한다.
사람은 반대로 한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하려고 한다.
결국 일에 치여 아무것도 못한다. 지레 지친다.
모든 것을 하려는 사람은 아무것도 못하는 법이다.
정리정돈의 개념이 필요하다.
하수들은 집이 복잡하다. 온갖 것들로 차고 넘치고 지저분하다.
고수들은 집이 깨끗하다. 단순하다. 꼭 필요할 것들만 있다.
핵심은 자기관리다.
난 규칙적이고 담담하게 산다. 아주 심플하다.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 무슨 모임 같은 곳에도 잘 가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히는 것을 싫어한다.
새벽에 일어나 차를 마시면서 글을 쓴다.
쓰다가 지치면 운동을 한다. 약속은 점심에 몰아서 하고 저녁 약속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지만 단순하게 사는 재미, 무색무취한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고수들의 생활은 심플하다. 잡다한 약속이 없다. 규칙적이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빼앗기지 않는다.
할 일이 명확하다. 리듬 깨지는 것을 싫어한다.
일을 할 때는 온전히 일에만 집중한다. 그들만의 루틴이 있다.
회사에서 10시간씩 시간을 보내는데 퇴근할 때 오늘 회사에서 시간을 잘 보냈는지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하루종일 이 많은 시간동안 무엇을 하면서 보냈나 싶을 때가 많은 것이다.
하지 말아야할 행동들이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멈추다보면 하나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주의가 산만하고 100퍼센트 몰두하지 못하며 정신세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지낸다.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동일한 장소에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성과가 나지 않는다.
고수들은 몰입해야 할 때 완전히 몰입한다.
다른 것을 다 잊고 지금 하는 일, 현재 있는 장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고수가 된다. 고수는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재미있고 흥분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내 바로 옆에 있는 핸드폰으로도 재미있는 뉴스와 동영상을 너무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TV를 키면 수많은 채널들이 널려있고 영화도 클릭 몇 번이면 볼 수 있다.
서재에 들어오면 내 목표와는 관련이 별로 없는 많은 책들이 꽂혀있다.
하지만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끊임없이 그 목표를 생각하고 왜 그것을 해야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직관력을 키우려면 늘 목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과 마음을 정조준 해놓은 상태에서 목표나 해결할 문제가 있으면 여행 또는 사교 모임에서 도와줄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나 잡지 기사를 우연히 접하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듣기도 한다.
필요로 할 때 필요한 정보가 자신에게 끌여오는 것이다.
고수들은 철학이 있다.
철학을 담아 말한다. 왜 이 일을 하는지 명쾌하다.
개인도 조직도 영속하려면 철학이 명확해야 한다.
"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우리가 세상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조직원들 사이에 위기를 돌파해야겠다는 강한 모멘텀이 생긴다."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의 말이다.
반대로 내가 하는 일에 별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몰입하지 못하고 자꾸만 딴 생각을 하게 된다.
고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 늘 다음 세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드러커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거기에 맞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경영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요한복음 15장 16절이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든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
그는 자기 전 두 시간 동안 그 구절을 외웠다.
2. 실력
전에 엄마가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앞으로 잘 크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실력이 없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의욕과 재미가 사라지고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없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반대로 실력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어지고 열정이 생기게 되어 실력은 더 쌓이게 된다.
현대판 촌사람은 '매일 같은 사람하고만 노는 사람'이다.
많이 다니고 많이 보고 많이 만날수록 사람은 개방적이 된다.
한 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한 가지 일만 하면 폐쇄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개방성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실력을 키워야 한다. 실력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생기면 개방적이 된다. 폐쇄적인 이유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실력이 쌓여서 자신감이 생기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누구든 한번쯤은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것이다.
고수는 도전하고 하수는 안주한다. 고수는 일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한다.
하수는 익숙함을 즐기고 거기 계속 머물려 한다. 더 이상 발전이 없다. 그 날이 그날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것도 감수하지 않는 일이다.
아무 위험도 무릅쓰지 않는 사람은 절대 실패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 자체로 이미 실패한 인생이다.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잠재력은 더더욱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일을 하고 회사를 마치면 그에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실력이 쌓인다. 그리고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자원과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고수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번다.
하수들은 오래 일하지만 적게 번다.
고수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 대체할 수 없는 일,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하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처음부터 고수가 될 수는 없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경험과 학습 그리고 지식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집중력이 관건이다.
자원을 집중하고 정신력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집중할 수 있으면 고수, 집중하지 못하면 하수다.
좋은 투자전략을 발견했을 때 그것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다. 이것이 오픈되면 그 전략이 주는 알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좋지 않은 신호다. 내가 새로운 투자전략 개발에 게을러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고수들은 나의 노하우에 집중은 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오픈하고 본인은 스스로를 이기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중국의 장기 명인은 어렵사리 새로운 수를 개발할 때마다 이를 공개했다.
새로운 수를 공개하지 않으면 당장 다른 사람은 이길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을 이기는 일에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3. 디테일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도 아주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다.
큰 문제는 바로 터지지 않는다. 그 전에 수 많은 작은 징후들이 있다.
그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디테일이 강해야 제대로 된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개인과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
반면 버는 것이 다소 적고 이익률이 낮아도 관리를 잘 하면 지속 가능하다.
승승장구하던 벤처기업들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는 관리 소홀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뭔가 의미 있는 것을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필수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뭔가 비범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집요할 정도로 작은 디테일에 몰두해야 한다.
둔한 사람은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예민하고 까다롭고 집착 증세가 있는 사람이 성공에 유리하다.
특히 품질에 관한 한 병적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소소한 고객의 클레임에 밤잠을 설쳐야 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할 때까지 노심초사할 수 있어야 한다.
더러운 사무실 상태를 보고 흐트러진 기강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의 처진 어깨를 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충성고객 하나를 잃게 되면 왜 그 사람이 떠났는지 집요하게 파헤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고수는 촉이 발달해야 한다.
작은 시그널에서 위기를 읽을 수 있고 동시에 기회의 싹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척 보면 삼천리다. 무엇을 판단하는 데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다 뒤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를 볼 수 있다.
사소한 정보를 찾아내 여기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수들은 피드백이 빠르고 하수들은 피드백이 느리다.
스포츠마케팅 회사의 CEO였던 마크 멕코믹은 승진의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내세웠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 디테일에 대한 집착, 빠른 피드백이 그것이다.